이 편지가 닿을까?

안녕? 벌써 5월이네. 요즘은 어떻게 지내? 난 역시 말이나 메신저보다는 편지가 좋은 것 같아. 왜일까? 원하는 만큼 템포를 늦출 수 있어서 일까, 역시. 네게 해줄 말이 모였는지 다시 편지를 쓰고 싶어져서 써서 보내. 얼마 전에는 레라의 1주년이었거든. 마침 그 무렵에 서울을 가게 되어 스텝들끼리 만났단 말이지. 근데 1주년을 축하하려고 모인 건 아닌데 ...

아침에 편지를 쓰다가 쓰는 글

전에 애인과 頼る와 寄り添う의 뜻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국어로 하자면 '기대다'. 頼る는 감정이나 정신적으로 기대는, 기대하게 되는 것을 말하고 寄り添う는 몸을 가까이 가져다 대는 물성이 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러니 물리적으로 닿고자 하는 건 寄り添う. 그런데 또 동명의 만화/애니메이션 제목의 일본어 원제에는 届く가 ...

보고 싶다. 너는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은지 알까? 근데 나도 잘 몰라. 그냥 평범하게 잘 지내다가도 널 떠올리면 가슴이 가끔 무척 옥죄는 것처럼 괴로운 건 알겠어. 이러다 얼굴도 까먹겠어. 아직 안 잊었지만. 떠나려는 목소리나 이미지를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어. 그렇게 필사적으로 붙드려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기도 해. 그도 그럴 게 넌 불쑥을 형상화한 사...

이 편지를 너한테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래도 일단 네 생각이 나서 쓰기 시작하는 거니까 마저 써 보려고. 나는 요즘 이민경 작가의 메일링 서비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을 읽고 있어. 왜 이 얘기를 하냐면, 지금 이 편지는 그 편지 중 "사슬을 끊는 도끼날"을 읽다 네가 생각나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야. 부연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이민경 작가님은 강...

그...그그그그거...그거!

자꾸만 네게 편지를 쓰고 싶어져. 왜일까? 나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 잡지를 한 권 읽고, 느릿하게 아점을 먹으면서 코로나 시대의 사랑 [한낮의 햇살 아래 드러내어]를 읽었어. 너는 벌써 읽었을까? '보지' 라는 단어를 나는 사실 여전히 조금은 부끄럽게 여기는 것 같아. 도저히 길 한복판에서는 못 말하겠거든. 아직은 '보ㅈ....보...ㅂ.....그거...그...

두려움을 넘어

새해가 되었어. 올해가 새로운 해로 바뀌는 밤, 수많은 소중한 사람들과 새해 인사를 잔뜩 건네고 돌려받았어. 원래는 이런 걸 그저 귀찮고 힘들게만 여겼는데, 새삼 신기하고 기뻐. 자주 어두운 수조나 동굴 속으로 도망치곤 했거든. 마음을 거절당할 우려는 저 멀리 던져버리고, 하고 싶은 말을 잔뜩 건네고 잔뜩 돌려 받고, 터프 레터를 읽고, '새날로 갑시다'라...

민경 작가님에게

어떤 글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쓰고 있는 이 편지처럼요. 2020년은 정말 경이로운 한 해였어요. 그중 9할은 작가님과 '코로나 시대의 사랑' 덕분이에요. 정말로요. 저는 아침햇살 얘기로 깔깔 떠드는 여자들 속에서 안온한 따뜻함을 맛보곤, 바로 그 여자들을 모아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거든요. 내일이면 벌써 252일 째고,...

자다가 깨서 다시 잠에 들지 않고 이것저것 읽고 있어요. 트위터도 카톡도 카페 글들도 읽고, 코시사도 읽고. 그러다 문득 지난 레라 레터도 읽었는데, 전에 읽을 때와 다르게 읽히는 한 편지가 있었어요.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겼어요. 사랑이라 부르기엔 애매하고 우정이라 하기에도 애매해요. 싹 튼지 얼마 안되는 이 감정에 이름을 굳이 붙여야 될까 싶기도 하고요...

지금 제 기분은 그래요. 가보로 삼겠습니다. 모든 글이 다 기쁘다지만 유독 당신의 글 앞에서 기쁨이 크게 머뭅니다. 당장 연락해서 좋다고 난리치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 건지 이 시간까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자마자 얘기할 걸. 이제와서 이 얘기는, 굉장히 뜬금없지 않나요? 차라리 다음 만나는 날에 얘기를 할까, 근데 역시 말하고 싶은데...

안녕하세요, 곧 또 만날 당신에게. 전 요새 자꾸 떠오르는 당신의 얼굴을 손을 들어 휘휘 지우기 바쁘답니다. 자동으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려고 볼도 때려보고, 벽에 머리도 박고, 이불도 차고 그러고 있어요. 민수는 혼란스럽다의 민수가 된 기분이에요. 낯선 감정은 아니지만 이 감정은 왜 항상 당혹스럽고 낯선지 모르겠어요. 제일 당혹스러운 점은 아직 제대로 ...

모두가 주식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여자도 경제 공부 합시다, 하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와중에 나는 직접 해 보는 게 낫다면서 주식을 얼마간 샀다. 무턱대고 산 주식은 어느 날엔 제법 오르고 어떤 날에는 제법 떨어졌다. 그렇게 잃어서 판 것은 오르고 올라가기에 산 것은 내리면서 잔고를 뭉텅이로 깎아먹었다. 한심스러워하면서도 어딘가에 절대로 손대지 않을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