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번 흐트러졌을 뿐인데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버릴 때가 있다. 더러운 방에 더러운 나. 방은 어지럽고 그 속에 고장난 인형마냥 널부러져 있는 나. 엉망진창인 생활로의 리턴(Re-turn). 그래도 다행인 건 나를 추스르는 게 예전만큼 어렵지 않다는 거야. 방을 깨끗히 정리하고 씻고. 마음을 정갈히 하듯 고요한 노래를 들으며 한참 걷고. 책상에 앉아 쓰고...
일상. 여러분은 레즈비언으로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의미는 개뿔 돈이나 주라고요? 맛있는 거나 먹고 엉덩이나 긁겠다고요? 그 말도 맞지요. 우리의 일상이 다른 사람들과 뭐 별 다를 게 있나. 사람이니 오늘 점심 어디서 뭘 먹고, 무얼 해서 벌어먹고 살지 그런 걱정과 고민을 하고, 사랑을 하고, 실연도 하고, 친구들과 놀고, ...
영감님은 그런데서 온다. 산책하며 듣는 음악, 신선한 공기,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 사이, 무성한 수풀 사이를 헤쳐나오는 힘찬 다리, 기지개를 킬 때의 개운한 두 날개뼈, 편안해진 허리,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 한 잔, 좋아하는 여름의 향이 나는 향수를 맡고 나른해진 얼굴, 거품으로 가득 찬 욕조 속에서 쉬는 숨, 아침에 맞는 조금 눈부시기까지한 햇살, 풀숲을...
안녕하세요. 살아있는 레즈비언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출판사, 디어엘입니다.'우리'들은 실존하는 주체이므로, 지워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만들고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곧 잡지 펀딩 시작과 함께 공개될 예정이지만, 미리 인사는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1인 출판사를 설립했습니다. 열심히 해서 법인이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렇네요. 이름은 한글...
"나는 사실 형편없는 사람이야."라고 자주 말하는 사람 있잖아, 왜.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입으로 먼저 말하는 사람. 그 사람들 왜 그러는 걸까 궁금한 적 있어? 그냥 짜증나고 경멸스럽다고 지나쳤으려나? 나는 내 얘기처럼 들리니까 무시하고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그런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하고 있나, 왜 그랬나, 앞으론 어떻게 하고 싶은가, ...
여자친구가 없는데 여자친구와 결혼식 준비하는 꿈이라니, 역시 좀 웃긴가요? 근데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주변에 좋은 사람과 연애 중인 친구와 레라비언들이 이렇게나 있으니까요. 사랑이란 걸 여즉 이해 못하겠다 싶으면서도요. 사랑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매일 들으며 살아요. 매일 듣다보면 정말이지 진절머리가 나요. 돈이 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그런 타입의 사람에게 인기가 있다. '날 왜 저렇게 좋아하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나를 좇고, 사랑의 눈으로 쳐다보고, 사랑이 담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에게. 댕댕이가 사람으로 형상화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그런데 나는 그 호의가 거북하고 낯설다. 항상 생경하다. 좋다 싫다로 나누면 분명 싫진 않은데...
요즘 아픕니다. 남의 고통이니 다들 이해할 리 없으니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24시간 은은하게 혹은 은은하지 않게 빡쳐 있을 정도로는 아픕니다. 목이 어깨가 등이 허리가 아프고 지금은 손목과 발목과 무릎도 아픕니다. 그나마 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미련하게 버티던 인간이라 이 정도로 그치지, 싶은 제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이 짜증 나기도 해요. 제가 제 ...
안녕? 벌써 5월이네. 요즘은 어떻게 지내? 난 역시 말이나 메신저보다는 편지가 좋은 것 같아. 왜일까? 원하는 만큼 템포를 늦출 수 있어서 일까, 역시. 네게 해줄 말이 모였는지 다시 편지를 쓰고 싶어져서 써서 보내. 얼마 전에는 레라의 1주년이었거든. 마침 그 무렵에 서울을 가게 되어 스텝들끼리 만났단 말이지. 근데 1주년을 축하하려고 모인 건 아닌데 ...
'어디든지 갈 수 있어'라는 말이 내 마음속에서 '정말?'이라는 말로 치환되어 되돌아올 때가 있다. 가슴이 먹먹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것 같은 날. 그런 날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우선 귀를 막고 안 산다고 100번 말한다. 그 목소리를 마음의 외판원으로 간주하고 몰아내는 것이다. 내 목소리로 들리지만 보통은 주변의 말들을 주...
500일의 썸머를 안 봐서 썸머가 나를 닮았다는 소리가 뭔 소리인가 싶었다. 찾아보니 알겠더라. 사랑을 믿지 못하지만 사실은 믿고 싶은 사람. 신뢰가 중요한 사람. 사랑은 끊임없는 관심과 존중이라 여기는 사람. 결국 내가 정상 사회에 속아 넘어가지 않은 이유도 그런 거다. 내 눈을 완전히 가려 버리기엔 역부족이었던 거지 그들의 거짓말이. 나는 나를 지분거리...
그때 즈음 그 애와 내가 전과 같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 애를 알게 된 지 일 년, 그리고 더 이상 그 애를 모르게 된 지 일 년, 나는 잠시 학교를 떠났다. 출국하기 한 달 전에 그 애에게 문자를 했다. 내가 돌아오면 네가 없을거야. 그래도 내 스물에 네가 필요했단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 그 애가 그 뒤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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